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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 후기)으샤! 으샤! 뛰어서 잠실운동장으로
    운동 2021. 9. 2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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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샤! 으샤! 뛰어서 잠실운동장으로

    대회명 : 2005년 동아마라톤대회

      : 2005.03.13 08:00

      : 광화문 -> 잠실운동장

      : 4시간 30분 땡땡

    작년 처음으로 105리의 높은 벽을 4시간 45분만에 넘고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뒤로하고 서울시내를 달리는 특권을 누리기 위하여 동아마라톤에 참가했다. 겨울 날씨를 핑계로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한 상태라 서울 시내를 둘러보며 뛰어서 들어가리라는 나의 목표도 작년의 35키로의 벽을 생각하면 쉽지는 않아 보였다.

     

    이른 아침에 광화문은 사람들로 꽉 메워졌다. 입고 있는 옷은 틀려도 잠실운동장을 향하는 마음은 하나다. 출발을 기다리는 나의 초조함을 세종문화회관 앞에 두고 출발이다. 4시간30분을 목표로 천천히 뛴다. 넓은 도로에 질주하는 달림이들은 즐겁기만 하다. 3년전 금연하고 1년전부터 달리기를 하게 한 나의 친구가 옆에 있다. 설사만 아니었다면 나보다 먼저 앞서 갔을텐데 나와 보조를 맞춰 뛰어간다.

     

    큰딸에게 빌린 MP3에서는 음악이 흘러 나온다. 음악은 흥겹고 남대문과 을지로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직 여유가 있다는 증거다. 동대문 10키로 지점을 예상보다 2~3분 여유있게 1시간2분에 통과했다. 우리는 신나게 도심을 달리는데 반대쪽 차량이 서있는 것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신설동을 지나 20대까지를 살았던 답십리역을 지난다. 주위를 여유롭게 둘러보면서 그 시절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지나간다. 이런 기분 때문에 고향을 찾는 것이 아닐지. 15키로 지점에서 바나나와 초코파이를 먹으며 초등학교 소풍때 자주 갔던 어린이대공원을 향하니 정말 소풍 가는 기분이다.

     

    2시간5분으로 20키로 지점을 통과하면서 하프코스가 즐겁게 뛰기에는 딱이야!”라고 말하고는 처음으로 잠실대교를 달려본다. 한강다리를 달리는 맛은 서울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만끽할 수 기분이었는데 계속 달려도 끝이 쉽게 나오지 않아 지루함으로 변했다. 하지만 가족과 만나기로 한 잠실역을 생각하니 몸이 가벼워 진다.

     

    잠실역에서 와이프와 아이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춘천에서 마냥 걱정하던 때와는 다르게 여유있어 보이는 것을 보니 기다리는 것도 훈련되었나 보다. 잠실운동장에서 다시 만날 것을 생각하니 발이 가볍게 움직인다. 이런 상태로 가면 목표는 달성이다. “가자! 잠실운동장으로~”

     

    서서히 다리가 무거워 진다. 25키로 지점을 지나 지금까지 같이 뛰어 왔던 친구가 탈수현상이 난다고 한다. 계속된 설사가 문제인 것 같다. 친구를 뒤로하고 혼자 달린다. 계속 흘러 나오는 노래가 나에게 힘을 주고 있다. 3시간8분으로 30키로 지점을 통과. 계획보다는 7~8분 빠르지만 서서히 걱정이 된다. “지금부터가 진짜 대회에 참가하는 거야. 이곳부터 골인지점까지 달리기위해 여기까지 뛰어 온 것이다.”

     

    초코파이를 먹고 잠시 스트레칭을 하고 달리는데 바로 앞에 친구가 뛰어간다. 잠시 같이 뛰는데 친구가 옆을 지나가는 4시간3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란다. 다시 친구를 뒤로하고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간다. 뛰어가는 속도가 빠른 것 같다. 내가 지쳐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32키로 지점을 지날 때 10키로 남은 기념으로 으샤 으샤를 외친다. 힘이 없어 같이하지는 못했지만 생기 넘치는 소리는 나에게 힘을 준다. 어려울 때 옆에서 힘을 넣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고 뒤에 오고 있는 친구도 생각이 났다.

     

    가장 힘들다고하는 35키로를 지난다. 작년 춘천마라톤에서도 이쯤이 나의 한계였는데 이번에도 쉽지는 않다. 이번에는 걸어서 가지 않고 계속 뛰어가리라. 38키로를 향해 뛰어 간다. 오르막길이다. 페이스메이커의 구령에 으샤으샤가 다시 들린다. 한발한발 올라간다. “이게 최대고비야 이것만 지나면 골인을 생각하면서 즐기면서 달리면 되는거야.” 38키로 지점통과. 페이스메이커는 앞으로 가는데 나는 따라가지 못한다. 지금부터는 나 혼자 달린다. MP3도 주머니에 넣고 골인지점을 생각하면서 뛰어간다. 입가에 웃음을 지어보기도 한다. 차량통제에 짜증을 내는 아줌마도 쳐다본다. 어쩌면 내가 힘든 것 보다 더 많이 짜증이 나시겠지. 나야 내가 좋아서 이렇게 뛰고 있는데 우리 때문에 몇시간동안 서 계셔야하다니. ”죄송합니다

     

    잠실운동장 앞이다. 105리 마라톤의 끝을 향하고 있다. “멋있게 들어가야 하는데. 사진이 잘 나와야 하는데.” 양쪽 옆으로 많은 사람들이 화이팅을 외친다. 와이프와 아이들 얼굴이 보인다. 잠실역에서보다 더 반가워 한다. 손바닥 마주 치고 잠실운동장 안으로 들어간다. 전광판에는 달리는 사람들의 화면이 보인다. 나의 목표 4시간30분을 얼마 남기지 않아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간다.

    골인이다.

    4시간 30분 땡땡.

    두번째 105리의 긴 여행을 마쳤다.

    끝까지 뛰어서 들어온 첫 마라톤이다.

    이 맛을 보기위해 105리의 긴 여행을 온 것이다.

    다음엔 어떤 목표로 뛰게 될지 모르지만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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